2019년 12월 초에 뉴욕 롱아일랜드 LIJ 뉴하이드팍에서 출산하였습니다.
저는 아기가 뱃속에서 작고 임신당뇨가 있어 예정일보다 5일 정도 전에 유도분만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유도분만 날짜에 며칠 앞서 병원 건너편에 있는 빌딩으로 오라고 해서 pre surgical test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말은 거창한데 피 뽑고 소변테스트하고 병원에서 받는 히스토리 인터뷰와 다를 게 없어서 왜 하는지 의문이 들었던 appointment였습니다. 인터뷰를 꽤 오랫동안 했는데 병원에 입원해서도 계속 똑같은 걸 묻더군요. 그러고 유도분만 날짜에 12시 예약이었는데 Labor & Delivery에 두 시간 전에 전화를 해서 가도 되는지 확인하고 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10시쯤 전화했더니 지금 와도 많이 기다려야 할 거라면서 한두 시간 후에 다시 전화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11시 반에 다시 전화해 봤더니 지금 와도 기다리긴 할 거지만 오려면 와도 된다고 하길래 갔습니다. 병원 입원하면 아무것도 못 먹는다고 들어서 아침 10시에 든든히 먹었는데 계속 이렇게 미뤄지다 보니 너무 일찍 먹은 꼴이 되어버렸네요. 병원에 1시쯤 도착해서 수속했는데 그 이후로 로비에서 거의 2시간을 또 기다렸네요. 기다림이 길어지니 지루하지만 그래도 저는 이멀전시로 온 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급한 산모들 먼저 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 차례가 되니 2인용실을 주었습니다. 바로 금식이 시작되었습니다. 몇 분 전에 마신 단백질 쉐이크가 마지막 음식이었습니다. 그래도 링거에 당을 더해서 iv를 맞아서 그런지 아기 낳을 때까지 배가 전혀 안고파서 신기했습니다. 있다가 1인용실 자리가 나면 옮긴다고 했고, 우선 지금 낳는 건 아니니 2인용실에서 유도를 시작하는 것 같았습니다. 2인용실은 넓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했습니다. 남편이 앉은 소파에 눕기가 힘들어 보여서 집에서 자라고 보냈습니다. 저는 유도분만이 단지 날짜만 바꿔서 아기 낳는 건지 알았는데 진행이 꽤 빠르더군요. 다행히 남편은 새벽 일찍 다시 돌아와서 다른 방으로 같이 옮길 수 있었습니다. 2인용실은 화장실이 조그맣고 손은 밖에서 씻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으며 화장실 갈 때마다 룸메이트의 커튼을 열고 들어가야 돼서 불편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아직 진통도 시작이 안 돼서 평온한데 룸메이트의 진통을 듣고 있으려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산만했습니다. Iv나 질정으로 시작하는 줄 알았는데 여기는 마시는 약을 주었습니다. 약이름을 물어보니 cytotec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두 시간마다 20ml-20ml-40ml-40ml-60ml-60ml 이런 식으로 늘려가며 마셨습니다. 20ml씩 마실 때는 아무 느낌도 없어서 하하 호호하고 있었는데 아마 그건 아기와 내가 약이 잘 받는지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고 나중에 60ml씩 마실 때는 진통 주기가 너무 빨라져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1주일 전에 자궁경부가 1cm 열린 걸로 알고 있었는데 내진하더니 0.5cm라고 했습니다.
2인실에서는 그렇게 두시간마다 약 받아먹고 혈당체크하고 하다가 새벽에 1인실로 옮겼습니다. 1인실은 크고 남편이 앉을 수 있는 소파도 큰 편이었고 화장실도 큰 편이었습니다. 남편은 병원 시설들이 오래되었다고 불평했으나 저는 그 정도면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1cm 상태에서 꽤 오랫동안 있었는데 새벽 6시쯤 되니 풍선 터지는 소리 같은 게 뱃속에서 낫고 물 같은 게 줄줄 흐르는 느낌이 났습니다. 그래서 7시 반쯤 들어오는 간호사에게 알려줬더니 간호사가 의사를 불러오더군요. 양수라고 하기엔 적다고 아닌 것 같다고 하고, 간호사는 아까는 완전 드라이 했으니까 양수 같다고 하고 둘이 얘기를 하더라고요. 2-3cm 정도 열리니 슬슬 진통이 시작되어서 약을 달라고 했습니다. 에피듀럴 빨리 맞고 싶었는데 4cm 정도 전에는 에피보다 모르핀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달라고 했고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배 쪽에 통증도 잘 안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약빨이 한 시간 반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정신은 아직도 몽롱한데 배 쪽에 통증은 시작되니 죽겠더라고요. 그래서 또 약 달라고 했는데 그쯤 해서 의사가 에피주라고 오더가 떨어져서 마취의사가 준비하는데 그 순간부터 정말 죽을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진통주기가 너무 빨라진 거예요. 뭔가가 쿵쿵쿵하면서 나오는 것 같이 밀어내고 있었고 진통 후에 휴식기가 달랑 5초~10초 정도였어요. 마취의사가 동의서 이런 거 쭉 읽어주는데 하나도 안 들리고, 저는 막 욕이 나오고 있고.. 에피듀럴이 들어간 후에 한 30분이 지나야 약빨이 시작되나 봐요. 에피 맞고 있는데 효과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그렇게 에피 놓고 마취의사가 사라졌는데, 효과가 하나도 없자 간호사가 마취의사를 다시 불러왔어요. 지금쯤 통증이 없어지는 게 맞는 건가 본데 제가 계속 아파하자 이상하게 생각하더라고요. 그러더니 다리에 차가운 거 갖다 대더니 감각 있는지 검사하고, 다리가 저릿한지 물어보고.. 안 차갑고 저릿하다고 했더니 그럼 에피듀럴은 잘 들어간 거 같다고.. 그럼 pain이 찌르는 pain인지 pressure인지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pressure라고 했더니 그건 에피듀럴로 어떻게 할 수 없는 pain이래요. ㅠ ㅠ 애기가 나오려고 하는 거라면서.. 그러고 내진했더니 순식간에 9cm가 열려있었습니다. 에피듀럴 놓기 전에 3cm였는데 30분-1시간 만에 9cm가 열리다니.. 그렇게 진통 쌩으로 하다가 마취의사가 그럼 이 약을 넣어줄 테니 pain이 가라앉는지 보자고 하더니 곧 진통이 사라졌습니다. 무슨 약을 넣었는지는 모르겠네요. 그렇게 9cm부터 애기가 나올 때까지는 아무 pain 없이 잠자다가 깨서 낳을 수 있었습니다.
10cm가 열리자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방에 들어오더니 push가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제 다리 밑에는 pa 한 명과 obgyn 오피스에서 봤던 닥터 한 명이 있었고 주변에 수많은 간호사가 있었습니다. Pa와 닥터가 어떻게 푸시하는지 잘 설명해 줬고 푸시가 시작되자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 줬는데 하반신에 감각이 없어서 어느 시점에 푸시해야 되는지 몰랐는데 의사가 모니터를 보고 있는지 푸시시점도 알려주고 그렇게 세 번 정도 푸시만에 5lb 15oz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의사가 잘하고 있대서 그냥 응원하는가 보다 했더니 제가 푸시를 잘하긴 했나 봅니다. 남편이 탯줄을 못 자르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저에게 탯줄을 자르겠냐고 해서 엄마가 탯줄 자르는 건 본 적이 없어서 뭔가 이상해서 저도 안 한다고 했습니다.ㅋ 간호사들이 바로 애기 받아가고 널서리 간호사도 와서 체크하고 소아과 의사도 와서 애기 체크하고.. 의사들은 후처치하고.. 방 하나가 수많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role을 알고 바로바로 움직인다는 게 직원들 팀워크가 참 좋다고 느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기도 했고요. 아마 병원 survey 때문에 그런 건지 미국에서 이렇게 직원들 대부분이 친절한 건 보기 힘든데..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사라지고 간호사가 누워서/앉아서/일어서서 혈압을 쟀습니다. 그리고 소변을 봐야 postpartum unit으로 갈 수 있다고 그랬는데 계속 소변이 안나와서 그렇게 거기서 머무르다 3시간 정도 이후에 5층으로 옮겨갔습니다. 1인실 작은 방이었는데 화장실은 크고 저는 좋았습니다. Tv는 보려면 돈내야 하는 거 같더라고요. 처음 저를 받은 간호사가 이것저것 설명해 주고 화장실에서 소변보고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알려줘서 좋았습니다.
(오래전에 써 놓은 글인데 여기까지만 글이 써 있네요. 그 이후에는 디테일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병원 밥도 맛있어서 잘 먹었고 일하시는 분들도 모두 친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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